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공산당 관련자 등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홍콩 출신 신규 비자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기준 개정에도 나선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관세전쟁 휴전을 선언한 지 3주도 되지 않아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인해 양국 갈등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하에 국무부는 국토안보부와 협력해 중국공산당과 연계돼 있거나 핵심 연구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포함해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과 홍콩에서 발급되는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비자 기준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에서 ‘공산당’과 ‘핵심 연구 분야’가 언급된 것을 보면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핵심 연구 분야는 성명에서 구체적으로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지칭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선 중국인 유학생들에 의한 기술 유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여년 전부터 미 연방수사국(FBI) 등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간첩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 왔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학 길들이기’ 정책에 시달리고 있는 주요 대학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학생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해온 대학들이 많아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등록을 취소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27만7000명으로 인도에 이어 2위 규모다.
루비오 장관이 발표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교육받은 과학자들을 채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지만 이들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활동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미국 당국이 학생들의 공산당 관여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데올로기와 국가안보를 구실로 중국 유학생 비자를 억지스레 취소하는 것은 중국 유학생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정상적 인문 교류를 방해한다”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하고 미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인의 소셜미디어를 검열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되는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유럽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 정부는 허위·유해 콘텐츠에 대한 기업 감독 의무를 규정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 영국의 온라인안전법 등을 ‘검열’이라고 비판해 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