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신규 유학생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를 일시 중단키로 했다는 외신 보도에 국내 유학 준비생들이 패닉에 빠졌다.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는 서둘러 비자 신청을 하려는 준비생들이 몰렸고, 유학 업체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29일 오전 9시30분쯤 미국대사관 비자 발급 신청 창구 앞은 학생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00명가량이 모여들어 만든 대기 줄만 30m를 넘었다. 이모(26)씨는 “뉴스를 보고 학생비자 신규 신청이 막힌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한 달 전 미리 신청했지만 오늘부터 기존 예약자들도 인터뷰가 중단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예정보다 일찍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사관 앞은 오전부터 북적였다. 장모(22)씨는 “첫 인터뷰가 시작되는 오전 7시보다 30분 뒤쯤 도착했는데, 이미 앞에 150명 정도 대기하고 있었다”며 “1시간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올가을 유학을 앞두고 인터뷰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하모(21)씨는 “교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강신청 자체가 늦어져 현재 들을 수 있는 과목도 별로 남지 않았다. 장학금 서류를 포함한 준비사항도 모두 밀린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A유학업체 관계자는 “오전부터 부모님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미국 정부의) 작위적인 행위라 오히려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황당하다”며 “8월 유학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학생들이 갑자기 못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응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여행비자나 관광비자 등으로만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해당 비자로 출국했다가 다시 들어와서 학생비자를 받아도 되는 건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B이민컨설팅 업체는 다음 달 14일 유학 준비생을 대상으로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투자이민은 미국 내 승인된 프로젝트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본인과 가족에게 미국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부 업체는 ‘플랜B’처럼 이 제도를 띄우고 있다.
미국대사관 측은 비자 신청은 계속 받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터뷰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대사관은 “미국 비자 신청자들은 신청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서를 계속 제출할 수 있다”며 “신청자들은 이 웹사이트를 참고해 가장 빠른 인터뷰 일정이 언제인지 계속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고만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