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경북 포항 한 야산에 해군 해상초계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해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추락한 항공기는 이날 오후 1시43분쯤 훈련을 위해 포항기지를 이륙한 지 약 6분 만인 오후 1시49분쯤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포항공항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사고기는 해군이 1995년부터 도입해 운용 중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P-3C 해상초계기로 추락 당시 조종사 소령 1명과 장교 1명, 부사관 2명 등 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훈련을 하기 위해 제주에서 해군항공사령부가 있는 포항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폭발로 인한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비행기가 추락한 곳은 포항공항에서 가깝고, 직선거리로 약 260m 떨어진 곳에는 680여가구가 사는 아파트단지가 있다.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 영상 등에 따르면 추락한 초계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민가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에는 목격자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목격자 서인교(70)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난 후 인근 산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면서 “비행기가 추락한 곳이 인근 승마장 근처인데다 주택가와 멀지 않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비행기가 떨어진 곳이 평소에도 군 비행기와 헬기, 민간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길목이어서 소음은 물론 사고 위험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해군은 사고 직후 참모차장 주관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등을 확인 중이다. 아울러 P-3 기종에 대한 비행 중단 조치를 취했다.
해군은 총 16대의 P-3 계열 초계기를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3C는 1995년부터 도입해 대잠수함 작전과 해상 정찰 임무에 투입되는 전략 자산이다. 전장 35m, 전폭 30m, 전고 11m 크기에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어뢰·폭뢰·폭탄·미사일 등을 탑재해 잠수함 및 해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P-3 초계기 16대는 오랜 기간 동·서·남해를 지키며 ‘잠수함 킬러’로서 해상 초계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6대라는 수량으로 삼면 바다를 초계하면서 ‘기체 혹사’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해군은 P-3 도입 10년 차이던 2005년과 20년 차이던 2015년 각각 P-3 무사고 10년과 무사고 20년을 달성했다고 알렸으나 30년 차가 되는 올해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군과 소방당국은 현장 수습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함께 유가족 지원 및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군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등에 대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락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