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장기화 SK온… 유휴자산 매각 논의에 IPO 지연 조짐

입력 2025-05-30 00:41 수정 2025-05-30 00:41

SK이노베이션 위기의 진원지인 SK온이 일부 유휴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의 국내외 공장 가동률이 1년 넘게 50%를 밑도는 가운데 노는 생산시설을 유동화함으로써 고정비와 대규모 차입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구조조정 전문가 장용호 SK㈜ 대표가 SK이노베이션 ‘구원투수’로 등판한 가운데 SK온을 비롯한 산하 계열사에서 자산 재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국내 증시 상장에 관해서는 내부 회의론이 커지고 있어 기업공개(IPO) 전략도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전기차 캐즘(수요 침체) 속 생존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일부 생산시설 매각을 논의 중이다. 한국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 있는 SK온의 생산법인 가운데 몇 곳을 통째로 팔거나, 생산법인 내 공장동 등 일부 시설을 떼어내 매각하는 안이 거론된다. 지금보다 더 적은 수의 공장에 생산능력을 집중함으로써 사업을 효율화, 내실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SK온의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은 지난 2023년 87.7%에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43.6%로 곤두박질쳤다.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예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이미 생산기지를 구축했는데, 전기차 판매 부진이 배터리 발주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공장이 놀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며 가동률 저하를 만회 중인데 비해 SK온 ESS 사업은 아직 준비 단계다. 전기차 불황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총 13분기 적자를 내면서 누적 영업손실액이 4조원에 달했다.


기한이 1년도 안 남은 SK온의 상장 계획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SK온은 지난 2021년 물적 분할 이후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통해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투자자들에게 2026년 내 증시 상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배터리 호황의 기세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을 때 투자자들과 약정한 상장 조건을 현 상황에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삼성SDI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주가 하락으로 애초 계획보다 감소하는 등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금융 당국과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적인 시선도 부담이다. 이에 SK온은 해외 법인을 분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안까지 살펴보고 있다. SK온 측은 “특정 자산 매각이나 상장처에 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지난 28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로 오면서 SK온에 나타날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 13~14일 그룹 최고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 논의를 거쳐 ‘장용호표’ 배터리 구조조정안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무 전문가인 장 대표는 과거 SK스페셜티, SK실트론 매각 등을 주도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