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늘어난 반면 가구의 실질적인 소비 활동을 보여주는 실질 소비지출은 7분기 만에 줄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마저 감소하면서 상위 20% 가구와의 격차는 1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근로소득(3.7%) 사업소득(3.0%) 이전소득(7.5%)이 모두 늘어 2023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실질소득도 2.3% 오르며 지난해 2분기(3.9%) 이후 4분기째 늘었다.
반면 1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감소했다. 가계에서 구매한 상품, 서비스 구입비를 뜻하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295만원)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9년(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물가 변동분을 제외(실질 소비지출)하면 254만2000원으로 오히려 0.7% 감소했다. 가구의 실질적인 소비 활동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전년 대비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 전환한 건 2023년 2분기(-0.5%) 이후 7분기 만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가구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소비지출은 필수재인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2.6%)은 증가한 반면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등 항목에서 감소했다. 통계청은 자동차나 의류처럼 오래 쓰는 물건(내구재·준내구재)의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5% 줄었다.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도 1분위(92만1000원)에서는 3.6% 감소했다. 반면 가구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5.6% 증가한 1188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처분가능소득도 5.9% 증가한 918만원이었다. 가구원 수를 반영해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1년 전(5.98배)보다 올랐다. 1분위 가구와 5분위 가구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그간 경기 침체로 인해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 간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