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금리 상승에… 커지는 ‘엔 캐리 청산’ 공포

입력 2025-05-30 00:18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장기 국채 금리(수익률)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 청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금을 회수해 본국으로 이동시킬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2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일본 40년물 국채 금리는 종가(3.135%) 기준 연초(2.561%) 대비 22.41% 급등했다. 지난 21일에는 40년물 금리가 3.694%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연초 대비 전날 기준 29.40% 오르며 장기 국채의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흐름 속에서 일본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 악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날 일본 재무성이 시행한 5000억엔(약 4조7000억원) 규모 4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21배를 기록했다. 최고낙찰금리는 3.135%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였다. 지난 20일 20년물 국채 입찰에 이어 이번에도 수요 부진이 부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우려한다. 지난해 대외 순자산이 533조5000억엔(3조7000억 달러)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일본이 자금을 해외에서 일본으로 가져오면 대규모 투자금이 빠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5일 발생한 글로벌 주식시장 급락 사태 배경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작용했다.

프랑스 대형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로벌 전략가 알버트 에드워즈는 미 CNBC방송에 “만약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돈을 뺀다면 일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미국 기술주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약달러’ 정책이 일본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시점에 동시에 이뤄질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도쿄발 유동성 지진’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오랫동안 미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이었지만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 최근 일본 장기 국채 금리 급등과 높은 환헤지 비용을 고려했을 때 미 장기 국채 투자 매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제로금리 시대’가 재현되기는 어려워졌고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 가능한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