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를 둔 수험생일수록 n수를 택하는 비중이 높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통상 n수에는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진입장벽’이 있으며 이로 인해 기회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인 정책(정시 40%룰)이 n수생 증가 흐름을 촉진했다는 게 연구진 결론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9일 공개한 ‘대입 n수생 증가 실태 및 원인과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KEDI 연구진은 한국교육종단연구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학생을 1~5분위로 나눴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n수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가장 낮은 1분위는 10.7%, 가장 높은 5분위는 35.1%가 n수를 준비했다. 또 5분위는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비율이 69.0%였으나 1분위에선 35.8%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정시 확대 정책이 상위권 대학 진학 수요를 자극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대입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 이른바 ‘정시 40%룰’을 적용했다. 남궁지영 선임연구위원은 “정시는 수능 점수가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이 선발되기 때문에 겉으론 공정해 보이나 실제로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 사교육 혜택을 충분히 받는 학생에게 유리하다”며 “정시 확대로 고교와 대학의 학업 중단율이 증가하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는 이날 ‘2025~2026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정시 40%룰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사업은 대입 전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시작됐다. 정시 40%룰 적용을 받는 16개 대학은 정시에서 모집인원의 40% 이상 뽑아야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교육부는 현재 고1이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서울대와 한양대, 동국대 세 곳은 정시 비율을 30%까지 줄여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연세대의 탈락이 주목을 받았다. 대학가에선 지난해 수시 논술 문제 유출 사건의 여파로 해석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며 평가지표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