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추억, 다시 피었습니다”

입력 2025-05-30 00:43
지난 16일 개막한 '에버랜드 로로티' 장미 축제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관람객들이 장미 축제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제공

지난 28일 찾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 로즈가든에 들어서자 720품종 300만 송이 장미가 뿜어내는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6000평 규모의 장미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활짝 핀 장미에 얼굴을 바짝 대고 향을 맡거나 장미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봄나들이를 즐겼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 장미 축제는 ‘로로티(Rose Garden Royal High Tea)’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1985년 국내 최초의 꽃 축제로 시작한 행사는 지금까지 약 8000만 송이의 장미를 선보였고, 누적 방문객은 6000만 명에 달한다.

관람객 대부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 젊은 커플들이었지만 장미의 매력에 푹 빠진 중장년층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경기 수원에서 온 박연수(73)씨는 아내 김영예(70)씨와 함께 노랗게 핀 장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자녀들과 함께 방문했지만, 올해는 단둘이 에버랜드를 찾았다. 박씨는 “야간 퍼레이드도 한다고 해서 일부러 오후 4시쯤 왔다”며 “꽃이 예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30대 딸과 방문한 전정옥(67)씨도 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10년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전에 장미 축제를 무척 좋아하셔서 2~3년에 한 번꼴로 꼭 에버랜드에 오셨다”며 “여기 오니 어머니가 마당에 키우시던 장미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최근 에버랜드를 찾는 50~60대 중장년층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택영 삼성물산 부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중년 남성·여성끼리 방문해 꽃과 식물, 동물 등을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많아졌다”며 “과거 놀이기구 중심의 콘텐츠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덜 자극적이고 감성적인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장미 축제가 중장년층이 스스로 명분을 갖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40년 역사의 장미 축제를 단순한 꽃 관람을 넘어 문화·예술·체험 요소가 어우러진 종합 콘텐츠로 만들 계획이다. ‘장미와 사막여우가 함께 여는 로열 하이티 파티’를 주제로 장미가 만개한 로즈가든에는 사막여우, 홍학, 나비 등이 등장하는 동화적 세계관이 펼쳐진다. 키네틱아트, 증강현실(AR), 미러룸 등 체험 공간도 마련돼 관람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축제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용인=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