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열기… 첫날 19.58% ‘역대 최고’

입력 2025-05-29 18:52 수정 2025-05-30 00:10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출입국객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평일임에도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며 역대 최다였던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기록을 넘어섰다. 인천공항=권현구 기자

6·3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투표율이 19.58%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전국단위 선거에서 첫날 기준 최고 투표율이다. 30일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 20대 대선 때의 사전투표율 37.5%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울 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상황이 발생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첫날부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 4명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 후보는 “투표는 우리 대한민국 주권자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총알보다 투표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낮은 2030세대와 함께 투표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청년층과 거리감을 좁히려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를 투표 장소로 택하며 막판 역전 의기를 드러냈다. 딸 동주씨와 함께 투표한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역구가) 여기라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며 투표 장소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사전투표 부실관리 문제를 지적했던 김 후보는 “사전투표를 안 하면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고 우리가 불리해진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했다. ‘동탄의 기적’을 재현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남 여수 산업단지 인근 주암마을회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전국 3568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19.58%로 집계됐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가장 높았던 20대 대선 첫날의 사전투표율(17.57%)보다 2.01% 포인트 높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대선 구도가 진보 진영의 ‘계엄 심판’과 보수 진영의 ‘이재명 독재 견제’로 선명하게 나뉘면서 일찌감치 판단을 끝낸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촌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 투표자 30~40명이 투표용지를 수령한 뒤 대기하는 과정에서 대기줄이 길어지자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 밖으로 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선관위는 사무총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다.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사전투표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는 조롱과 불신의 상징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현수 기자, 인천=정우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