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법원의 관세 제동 다행이나 수출 다변화 등 준비해야

입력 2025-05-30 01:2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일부 기업과 주(州)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막아달라는 소송에서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외교의 특별한 위협에 대응해 취하는 권한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IEEPA에 따라 미국이 매긴 상호관세, 유예 조치 이후 남겨진 기본관세(10%) 등의 효력은 즉각 중지된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애당초 적대국·테러집단을 제재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IEEPA를 무역 협상에 동원한 것부터 무리였다. 미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한 69건 중 관세 부과를 위해 쓰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고율 관세를 발표한 뒤 곧바로 취소하는 등 즉흥적 조치가 빈번해 관세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했다. 미 증권가에선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TACO)’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저가로 매수하고, 조치를 번복할 때 매도하는 ‘타코’ 트레이딩 기법마저 성행한다고 한다. 세계 최강국 대통령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자국 산업에도 피해를 준 반시장적 관세 조치, 특히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철회해야 마땅하다.

관세 직격탄으로 올들어 대미 수출이 급감하고, 성장률마저 큰 폭의 후퇴가 예상된 우리나라로선 이번 판결로 다소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항소하면서 불확실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에 의해 진행되는 품목별 관세(25%)는 유지되고 있어 미국이 품목별 관세를 대폭 늘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새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미 협상에 철저히 임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대미수출 1위 자동차가 걸려 있는 품목별 관세의 허들을 낮추는 등 우리만의 협상 전략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항소심 결과 등 미국내 상황 변화와 상관 없이 우리의 수출 다변화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