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LG 트윈스 좌완 송승기(23)는 담담했다. 2022년 LG 유니폼을 입은 지 4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차분히 살렸고, 결과는 놀라웠다. ‘중고 신인’ 송승기는 신인왕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송승기는 올 시즌 5선발로 LG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경기(57⅓이닝)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27일 한화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화려한 시즌 출발을 알렸고 이달 14일 키움전부터 25일 SSG전까지 선발 3연승을 이어가며 LG 마운드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송승기는 “주어진 기회에 신뢰를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송승기는 리그 평균인 시속 144㎞의 다소 느린 직구를 보유하고 있으나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그는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것 같다. 타자 입장에선 공이 더 낮게 들어온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송승기는 2021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87순위로 LG에 지명됐다. 하위 라운드에서 뽑혔으니 저평가는 당연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 5선발로 낙점됐다. 본인도 빨리 찾아온 기회에 당황할 정도였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기회를 받아 놀라기도 했다”며 “이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른 군 복무 결정이 성장을 앞당겼다. 2023년 입대해 상무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고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2.41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는 “계속 시합에 나가면서 경기에 대한 감각이 많이 올라왔다”고 돌아봤다.
신인왕 얘기도 조금씩 나온다.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입단한 선수 중 전년도까지 1군 누적 기록이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기지 않으면 신인 자격을 유지한다. 송승기는 올 시즌 전까지 1군 통산 8경기에 나와 9⅓이닝만 던졌다. 송승기는 “신인왕은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지금 맡은 자리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니 이닝을 끌어주고 최소 실점으로 팀이 잘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