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주’ 미 법원이 제동

입력 2025-05-29 18:52
사진=AFP연합뉴스

전 세계를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 1심 법원이 28일(현지시간) 대통령 권한이 아니라며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백악관은 즉각 항소했지만, 상호관세를 유예한 뒤 한국 등 교역국들과 벌이고 있는 미국의 무역 협상은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상호관세, 불법 이민 및 마약 펜타닐 대응과 관련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한 10~25% 관세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앞서 와인 수입업체 등 미국 5개 기업과 오리건 등 12개 주로 구성된 원고인단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트럼프가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등 입법 권한은 의회 권한이며 이를 무제한 위임하는 건 위헌이라는 게 결정 요지다.

재판부는 이의 제기된 관세 명령을 무효로 하면서 해당 관세의 시행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또 법원 결정의 효력이 원고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미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10일 이내에 법원 결정을 반영한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에는 이번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 품목별 관세는 IEEPA가 아니라 무역확장법에 근거해 시행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선출되지 않은 판사가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방항소법원에서 이뤄지는 2심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결국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 미국의 무역 협상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법적 논란이 있는 상호관세를 각국이 순순히 인정하면서 협상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 부과 이후 시작된 10여개국과의 무역 협상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