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필요한 건 ‘유니콘’(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이 아닙니다. 정의로운 기업가 한 명, 평범한 그리스도인 한 명이 필요한 거죠. 지표상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하나님은 그 일을 소명으로 삼아 하는 것을 더 기뻐하십니다.”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터인 도현명 심(SEAM)센터 대표의 이야기에 서울 성수동의 한 공간을 채운 50여명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적 경제와 소명(Social Economy And Mission)’의 영어 약자로 이름을 지은 심센터는 지난 10년간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해 왔다. 그사이 심센터가 위치한 성수동은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모이는 ‘소셜 벤처 클러스터’로 변모했다.
28일 진행된 10주년 감사예배엔 심센터에서 동고동락하며 사회적기업을 구상하고 운영해 온 이들과 그들을 물심양면 지원해 온 조력자들이 함께했다. 도 대표는 “청년들의 불안은 의지하고 희망할 것이 없는 상태로부터 시작된다”며 “세상이 청년들을 ‘행복 도파민’에 빠지도록 내몰면서 소망이 없어지고 있지만 ‘소명 의식’을 품은 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때 우리 사회에 소망은 분명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사회적기업(2023년 기준 1700여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3배 이상 늘어나며 환경, 재생, 장애인, 자립준비청년 지원 등 우리 사회 내 사각지대를 메우는 중요한 가치창출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주체 중 크리스천 비율이 높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독교의 공동체 정신이 사회적기업의 운영 원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심센터는 창업가들에게 주거형 공유하우스와 업무 공간, 회의실 등을 제공한다. 특히 굿이스트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법인설립 4년 미만의 기업가를 선발해 투자회사와 연결해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돕는다. 여기에 신앙 비즈니스교육과 전문 멘토링이 더해져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직장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명에 대해 공동체 기반 교육을 하는 ‘굿이스트 스쿨’,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네트워킹 모임 ‘굿이스트 커뮤니티’에는 누적인원 5000여명이 다녀갔다.
오승환 심센터 이사장은 “창업한 사회적기업 10곳 중 5년 후 살아남는 기업이 2개도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한 영혼이 회복된다면 그 가치는 세상의 지표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념예배 설교자로 나선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믿음은 행동이 증명한다’는 말처럼 크리스천 사회적 기업가의 삶은 행동으로서 믿음을 증명하는 삶”이라며 사회적 기업가들을 응원했다.
심센터는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청년들에게도 신앙적 멘토링과 경영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게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