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규모 파병 및 무기지원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이동식 방공시스템 ‘판치르’, 전파교란장치, 탄도미사일 데이터 피드백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밝혔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감시 체계가 와해된 이후 북·러 간 구체적인 무기 이전의 내막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건 처음이다.
MSMT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초의 보고서를 29일 발간했다. MSMT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한·미·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11개국이 참여해 출범했다.
MSMT는 첫 보고서에서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북·러 군사 밀착을 다뤘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에 최소 1대의 판치르급 전투차량을 이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러시아는 북한에 단거리 방공시스템과 전파교란장치를 제공하고 사용법도 전수했다”며 “탄도미사일 데이터 피드백을 제공하고, 유도 성능 개량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말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號)’를 공개했을 당시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이전받은 정황이 다수 포착됐었다. 최현호는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평가되는데, 핵심 기술인 ‘위상배열 레이더’ 등이 러시아 기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함정에 탑재된 복합방공무기가 판치르와 외형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에 포탄과 방사포탄 약 900만발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반 이전 때는 러시아 화물선을 49차례 사용했고, 이후에는 철도를 통해 러시아 극동 항구에서 중서부 탄약고로 이동한 것으로 MSMT는 분석했다.
북한이 2023년 9월부터 컨테이너 2만개 이상 분량의 포탄과 관련 물자를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점도 추가 확인됐다. 러시아의 D-20 및 D-30 견인곡사포, M-30 및 M-46 곡사포, D-74포에 사용되는 82㎜, 122㎜, 130㎜, 152㎜, 170㎜ 포탄 등이다. 북한제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등 3개 여단이 사용 가능한 분량의 200대 이상 중포도 지난해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KN-23,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00여기도 제공했다.
이와 함께 북한 노동자 8000명이 지난해 러시아에 파견됐고, 올 상반기에도 수천명의 추가 인력이 건설 및 임가공업, 정보기술(IT), 의료 분야에 투입될 계획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전쟁 지원을 위해 1만1000명 이상의 북한군을 파병했고, 최근 3000명을 추가 파병한 것으로 파아됐다.
MSMT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이행 상황에 대한 보다 면밀한 감시 및 이행 강화, 추가 유엔 제재 대상 지정 관련 협력, 대북 제재 회피 관련 정보 공유 강화 등을 권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