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해줄 권력 필요… 사회적 공신력 치장 노림수”

입력 2025-05-30 03:02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의 신강식(가운데) 대표 등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 지도부에 제기된 정치 개입 의혹을 규탄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정국에 접어들며 한국교회가 사이비·이단으로 규정한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이단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정통성을 권력으로부터 보호받고 표심으로 보장받으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극단적 보수 목회자도 특정 정치인 공개 지지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자신의 입지를 정치 권력으로 강화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대표 신강식)는 29일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총회 총무를 지낸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3월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교주 등이 신도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특정 정당에 가입시키고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정당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신천지는 “어떠한 정당, 정치인, 정치활동과도 무관하다”며 “정치 개입 의도는 전혀 없다”고 부인한다.

앞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총재 한학자)도 내부 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청탁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의혹 당사자인 윤모(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모든 게 총재 뜻이었다”고 주장했고,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긋는다.

이단 전문가들은 사이비·이단 조직 특유의 구조를 들어 이들의 주장을 재반박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교주 중심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가진 사이비·이단에 있어 교주의 허락 없이 신도 개인이 대규모 정치 로비를 진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사이비·이단 단체와 정치권 간 결탁은 그 역사가 깊다고 전한다. 탁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정통성이 취약했던 군부는 적극적인 지지층이 필요했고, 한국교회와 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려 했던 사이비·이단들로서는 자신들을 보호해줄 권력이 필요해 결탁했다”며 “직선제 등으로 사회가 발전하면서부터는 보다 은밀하게 결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믿음 바른미디어 대표도 “사회적 공신력을 얻기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야 하는 사이비·이단과 인원동원 등 결집력이 강한 단체를 원하는 정치권의 입장이 서로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육, 사회, 문화 등 전방위로 대규모 사업을 펼치는 통일교나 종교시설 건축 등으로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으며 행정·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신천지로서도 정치권의 힘이 필요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리상 특징과도 연결된다. 탁 교수에 따르면 통일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에 지상천국, 즉 통일교 왕국을 세우는 것이다. 2022년 일본 아베 신조 총리 피살 사건으로 드러난 일본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문제나 1978년 미국 하원의 이른바 ‘코리아게이트’ 조사에서 밝혀진 미국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