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0%대까지 내린 성장률 전망… 근본적 구조 개혁 절실

입력 2025-05-30 01:30
국민일보DB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불과 3개월 전 전망치 1.5%에서 반 토막 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포인트 떨어뜨린 후 5년 만에 최대 하향 폭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195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 2년 연속 1% 안팎의 저성장을 기록하는 셈이다.

그 배경엔 고질적인 내수 부진과 함께 미국발 관세 충격이라는 복합 위기가 자리한다.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지표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위기에 대한 긴급 처방이다. 이창용 총재가 “향후 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금리 인하는 그나마 경기 불황 속에서 가계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간 은행들 행태로 볼 때 대출금리가 신속하게 낮아지지 않는 현실과 함께, 꿈틀대는 부동산 시장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시행될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지역별 대출 모니터링 등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병행돼야 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서 온전히 작동할 수 있다. 이자 부담 완화와 자산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는 경기를 지탱하고자 하는 한은의 고육책일 뿐이다. 통화정책 여력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재정정책은 세수부족에다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어 구조적 저성장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출될 차기 대통령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가 성장동력 리셋을 국정의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우리 경제구조가 단기 부양책으로는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새 지도자는 고용 구조, 산업 전환, 내수 활성화, 사회안전망 확충 등 한국경제의 뿌리를 재설계하는 데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가 표심에 집착하는 사이 경제는 어느덧 심폐소생술로도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이제는 누가 이끄느냐보다, 어떻게 다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대선은 ‘회복’을 넘어서 ‘재설계’를 향한 선택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