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 오순심 권사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1만95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 일기가 멈춘 2020년 마지막 일주일간의 일기는 횡설수설하는 내용에 글씨도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병환이 깊어진 것이다.
오 권사님을 처음 뵌 건 지난해 6월 4일, 전남 목포의 한 요양병원에서였다. 당시 권사님은 몇 번의 큰 수술 후유증에다 치매도 많이 진행돼 생과 사를 오가고 있었다. 아들 이화정 목사가 권사님 귀에 “엄마, 아들 왔어요”라고 하자 권사님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아들의 손을 잡고 반가워했다. “아들아, 이제 엄마랑 같이 살자”는 말도 반복했다. 아들 목소리에 짧은 순간 기적같이 기억이 돌아온 것이다.
이 목사를 처음 만난 건 2023년 봄이다. 그분이 보여준 몇 권의 오래된 일기장에서 수십 쪽의 긴 글을 발견했다. 목포서 배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 미신에 빠져 소망 없이 살던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이 담겨 있었다.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이면서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간 기적 같은 이야기였다. 이 글은 1년 뒤인 지난해 4월 중순 출간된 단행본의 첫 장에 ‘엄마의 약력, 지나간 일’로 실렸다.
그 1년간 저자인 이 목사와 30여권의 일기장을 열심히 읽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었다. 일기는 매일 밤, 힘겨운 삶에 유일한 희망이자 빛인 하나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였다. 그 기도의 중심엔 언제나 아들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엄마의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전부 하늘에 닿았다. 지난해 요양병원에서 권사님이 했던 기도도 응답됐다. 독일 선교사였던 이 목사는 올해 초 경기도 성남 신흥교회 6대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교회를 섬기며 언제든 엄마에게 달려갈 수 있게 됐다. 기독교책을 짓는 건 이런 신비를 맛보는 일이다.
<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