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84개 점포 줄인 은행들… 85%는 수도권

입력 2025-05-29 00:11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분기 문 닫은 4대 시중은행 점포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거래 감소에 따른 은행권의 점포 축소가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했을 때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지만 ‘디지털 배제’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점포 수는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84곳이 사라졌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30곳으로 가장 많이 줄었고, 국민은행 28곳, 우리은행 26곳이 점포 문을 닫았다. 하나은행 점포는 같은 기간 문 닫은 곳이 없었다.


올해 점포 수 감소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은 폐쇄 점포의 84.5%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폐쇄 지점 30곳 중 26곳, 국민은행 28곳 중 23곳, 우리은행 26곳 중 22곳이 수도권에 위치했다. 이제까지 점포 폐쇄가 비수도권과 고령화 지역에 집중됐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은행권은 점포 축소가 영업 효율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월평균 방문고객은 800만명을 밑돌았다. 월평균 방문고객 800만명 선이 무너진 것은 관련 숫자 집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소외 우려로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점포를 더 많이 줄였다는 설명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에도 문 닫은 곳이 있지만 이 역시 부산 울산 등 도심권 위주로 진행됐다”며 “1분기 점포 폐쇄는 창구 방문 수요가 줄어든 수도권 내 중복 출점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1분기 폐쇄 점포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해서 지방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아진 건 아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지방 점포를 상당 부분 줄인 상황에서 한 분기 줄이지 않았다고 솟았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며 “은행 효율만 강조해선 안 되고, 이동 점포 확대나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격차도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디지털 시대 경영 효율화와 포용금융을 위한 은행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디지털화 속도가 취약계층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고령화가 심한 지방일수록 점포 분포는 희박하다. 비도시 지역에선 금융 접근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지리적 거리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점포 축소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 지역 간 불균형과 금융 소외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