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판매된 승용차 10대 중 7대는 ‘중국차’

입력 2025-05-29 01:07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의 장악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10대 중 7대는 중국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시장을 현지 브랜드에 내주면서 위기에 맞닥뜨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대중국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는 분위기다.

2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4% 늘어난 약 594만대로 집계됐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68.7%에 달한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현지 브랜드가 급성장한 배경엔 중국 정부가 주도한 ‘전기차 굴기’가 자리한다.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든든한 텃밭을 배경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전기차 기업에 혜택을 몰아줬다. 비야디(BYD), 니오, 샤오펑, 체리 등 현지 브랜드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 등 전방위적인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 여기에 중국 국민의 애국주의 소비가 영양분을 줬다. 그 결과 2020년 40%에도 못 미치던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3년 50%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65.2%를 기록했고, 올해는 70% 돌파를 넘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중국 브랜드가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중국 시장을 주도했던 독일 폭스바겐이나 일본 토요타 등 수입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뚝 떨어졌다.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20.6%에서 올해 1~4월 13.2%로 줄었다. 일본 브랜드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2020년 23.0%를 기록했던 점유율은 현재 5.8%까지 쪼그라들었다.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2년 이후 1%대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2025 상하이모터쇼’에서 ‘ID. 아우라’ ‘ID. 에라’ ‘ID. 에보’ 등 중국 시장 맞춤형 콘셉트카 3대를 소개했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에 공개하는 3대의 콘셉트카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한’ 모델 전략의 가시적 성과”라고 말했다. 아우디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화한 신차 E5 스포트백을 선보였다.

토요타는 중국 상하이에 자사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2027년 가동이 목표다. 또 토요타는 2027년까지 중국 겨냥 전기차 약 15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중국 현지 전용 전기차인 ‘일렉시오’를 출시한다. 일렉시오는 중국 CATL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램프 외형 디자인에 중국에서 부를 상징하는 숫자 ‘8’을 적용하는 등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했다. 현대차는 일렉시오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현지 맞춤형 전기차 6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