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실패하는 라게…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

입력 2025-05-30 00:00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일하는 올빼미 라게의 이력은 화려하다. 한때 자연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한 라게는 가게에서 선반을 다는 일을 했다. 너무 깊게 선반 구멍을 파는 바람에 일터에서 쫓겨났다. 비행 학교를 열었지만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았다. 친구와 중고품 가게를 동업하려고 준비하던 중 다투면서 물거품이 됐다. 일이 잘못될 때마다 라게는 항상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면서 다른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다른 일을 시작했다.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 화자는 이 모든 일들을 덤덤하게 전해준다.

라게는 항상 실패한다. 하지만 이를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든 일은 결과가 아닌 관계와 경험일 뿐이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은 삶, 그것은 어린이들의 마음이어야 한다. 작가는 2022년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았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