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든 것이 다 타버린 숲. 벌레들은 하나둘 떠나갔고 작고 작은 벌레, 치코만 홀로 숲에 남아 다시 생명이 살 수 있는 흙으로 바꾸고 있다. 흙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벌레들이 지나가며 애써 모아놓은 흙더미를 망쳐놓기 일쑤였다. 치코의 마음을 알듯 하늘에는 비마저 내렸다. 지켜보던 보토 할아버지가 함께 푸르던 숲을 다시 만들어 보자며 작은 씨앗을 건넸다. 씨앗은 기적처럼 싹이 돋고 잎이 자랐다. 하나둘 벌레 친구들도 모여들었고 매일 밤 잎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무럭무럭 자라 드디어 꽃도 피었지만 이내 시들어버렸다. 모두가 탄식하던 순간, 홀씨들이 밤하늘을 뒤덮었다.
미생물 치코에서 시작된 생명의 순환을 작은 점과 선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동화다. 치코는 스페인어로 ‘작다’는 의미, 보토는 ‘희망’을 뜻한다. 31회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