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의심되면 자가진단 해보세요”

입력 2025-05-28 19:05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하고 욕설을 내뱉는 남자친구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달 한 상담센터에서 여성가족부가 개발한 ‘교제폭력 진단도구’를 기반으로 상담받은 뒤 남자친구의 행동이 정서적 폭력과 강압적 통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상담센터 도움을 받아 남자친구와 큰 다툼 없이 ‘안전이별’을 할 수 있었다.

여가부는 28일 교제폭력 피해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진단도구를 제작해 보급한다고 밝혔다. 교제폭력이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 통제, 스토킹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피해자가 조기에 폭력을 인지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번에 개발된 것은 일반 국민용 2종(성인용·청소년용)과 전문 상담원용 1종이다. 성인용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용은 청소년1388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됐다. 여가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국민용은 사용자가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2개 영역, 15개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질문은 폭력 행위의 심각도에 따라 ‘별표(★)’ 0~2개로 나뉜다. 예컨대 ‘휴대전화나 SNS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하거나 위치 동선을 자주 확인한다’는 별표 1개다. ‘때리거나 물건을 던져 위협한 적이 있다’는 별표 2개에 해당한다. 별표 1개짜리 질문에 하나 이상 “그렇다”고 응답한 경우 상담이 필요하다. 2개짜리에 하나 이상 답하면 경찰 신고를 권고한다. ‘직장 등 경제활동을 못 하게 하거나 내 자산(소득) 사용을 자주 간섭하고 통제한다’처럼 별표 없는 문장이어도 그런 행위가 자주 반복된다면 상담을 권한다.

상담원용은 지속적인 상담이나 수사기관 도움 등 내담자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전국 성폭력상담소 등에 시범배포됐다. 그간 진단도구로 피해를 인지하고 상담 등으로 연계된 사례는 37건이다. 부산시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연인의 행동이 교제폭력에 해당하는 줄 모르고 있다가 고소까지 가능한 사안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는 놀라는 내담자가 많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