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모든 학생들의 소셜미디어를 사전 심사해 비자 발급 여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런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국 대사관에 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길들이기’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이며 ‘유학생 사상 검증’ 논란이 예상된다.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유학생 비자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 심사 강화를 지시한 국무부 전문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전문은 “영사과는 필수적인 소셜미디어 심사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추가적인 학생 비자 예약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비자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F비자와 직업훈련 대상 M비자, 방문연구원 대상 J비자다. 이번 조치는 즉시 발효된다. 다만 이미 예약된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국무부가 어떤 내용 위주로 소셜미디어를 심사할 것인지는 전문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반유대주의 대응을 중심으로 한 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무부는 앞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비판하는 유학생들의 소셜미디어 심사를 강화해 이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한 바 있다. 악시오스는 “영사관 직원들은 인스타그램과 엑스, 틱톡 등에서 비자 신청자의 게시물과 공유 내용, 댓글까지 확인하게 된다”고 전했다.
사전 심사를 강화할 경우 학생 비자 처리 속도가 지연돼 외국인 유학생에게 재정을 의존하는 많은 대학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비롯한 자국의 주요 사립대학들을 보조금 중단, 유학생 등록 제한 등의 조치로 압박 중이다. 이들 학교가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허용하면서 반유대주의를 방조하고 있다는 게 명분이지만, 자유주의 성향의 대학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학생이든 다른 사람이든 이곳에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평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모든 주권 국가는 누가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28일 유학 비자 인터뷰 접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대사관의 온라인 비자 신청 서비스에서 ‘학생’이나 ‘직업훈련’ 등의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 일정을 선택하는 항목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사관 측은 “국무부의 비이민 비자 인터뷰 예약 일정은 유동적”이라며 “비자 발급을 희망하면 계속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영사과는 신청서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량 조절을 위해 비자 인터뷰 접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는 얘기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