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99년간 임차한 호주 북부 다윈항이 국제적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계 펀드가 인수 의향을 보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호주판 파나마 운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PEF)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다윈항 임차권을 가진 중국 랜드브리지그룹에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서버러스는 공동 설립자인 스티브 파인버그가 지난 3월 미 국방부 부장관에 임명되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중국은 반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서 “호주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다윈항을 강제로 회수한다면 큰 화근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은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4일 가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략적 자산인 다윈항이 호주인 손에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노동당이 지난 3일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함에 따라 다윈항 회수 가능성은 높아졌다.
샤오첸 주호주 중국 대사는 25일 “수익성이 없을 때 항구를 임대하고 수익성이 생기면 회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호주 노던준주는 2015년 약 5억 호주달러(약 4435억원)를 받고 다윈항을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에 99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 해군이 태평양전쟁 때 기지를 운영했던 다윈항은 최근 미 해병대가 주둔하는 등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