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는 넷플릭스 독주, 설 곳 잃는 토종 OTT

입력 2025-05-29 00:11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OTT의 이용자 수는 줄줄이 하락하면서 넷플릭스의 압도적 시장 장악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토종 OTT 연합’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앱의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341만명으로 1년 전(1091만명)에 비해 250만명이나 늘었다. 반면 티빙의 MAU는 511만명으로 전년(619만명)보다 108만명 줄었다. 같은 기간 쿠팡플레이와 웨이브는 각각 24만명, 58만명 하락했다.


OTT 중 넷플릭스만 보는 사용자 비율도 높아졌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OTT 앱 중 넷플릭스만 이용하는 단독 사용자 비율은 지난달 48%로, 전년 동기(43%)보다 5%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티빙은 3%포인트, 쿠팡플레이는 4%포인트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프로그램 흥행, 네이버와의 제휴 전략 등이 이용자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2023년부터 4년간 한국 콘텐츠에 총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넷플릭스의 연간 국내 투자액을 8000억~1조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넷플릭스 독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국내 제작사들의 협상력과 주도권은 떨어지고 있다. 조영신 미디어산업평론가(한국방송학회 AI시대 영상산업정책 특별위원장)는 “국내 OTT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고 넷플릭스 1강 체제가 되면 넷플릭스 선택을 받는 제작사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로 나뉠 것”이라며 “넷플릭스 측의 콘텐츠 가격 협상력이 굉장히 강해지고, 중소 제작사는 지금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 이익을 위해서도 여러 OTT 사업자가 경쟁하는 구도가 유리하다. 경쟁사가 없으면 요금 인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실제 넷플릭스는 이달 초 광고를 보는 대신 이용료가 낮은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기존 5500원에서 7000원으로, 동시 시청 기기가 1대인 베이식 요금제는 월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각각 27%, 26%가량 인상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대항마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뿐이라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보고서 ‘티빙-웨이브 합병 논의 배경과 예상 효과, 시사점’에서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파편화된 국내 콘텐츠가 단일 서비스에서 통합적으로 이용 가능해지면 국내 OTT 서비스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사 합병을 계기로 토종 OTT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티빙과 웨이브 모두 콘텐츠 제작 능력이 있는 OTT 사업자인 만큼, 힘을 합치면 글로벌 시장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며 “미디어 산업 관점으로 봤을 때 합병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ISDI도 “티빙과 웨이브 합병으로 국내 OTT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병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티빙 최대 주주 CJ ENM과 웨이브 최대 주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심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합병 본계약 체결을 거쳐 최종 합병 심사를 받아야 한다. 본계약에는 주요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티빙의 2대 주주인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 때문에 합병이 마무리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합병이 티빙의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조 평론가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늦어지는 동안 일부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시작했다”며 “계속 지연되면 합병이 무의미한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