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강조하는 후보들, 인재 확보 위한 구조적 처방 내놔야

입력 2025-05-29 01:20

대선 후보들은 정책 어젠다의 최우선 순위에 일제히 경제를 올려놓았다. 성장을 목표로 설정한 방향부터 인공지능(AI) 등 혁신적 과학기술을 통해 그것을 달성한다는 수단까지 대동소이한 공약을 제시했다. ‘AI 3대 강국’은 누가 당선되든 새 정부의 구호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선거를 지켜보던 과학기술계가 28일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과학기술 및 AI·디지털 정책에 준 점수는 그리 후하지 않았다. 모두 과학기술의 전략적 위상 제고를 말하고 있지만, 정책 간 연계성과 예산 확보 방안 등 구체성이 부족해 실행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근본적 경쟁력인 인재 정책의 치밀한 설계를 주문했다. AI와 로봇 등의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해가는 중국이 인재 확보를 근간에 두고 혁신 전략을 추진했듯, 혁신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면 우수한 인적자원이 전제돼야 한다. 과실연이 분석한 세 후보의 공약은 인재 양성과 연구자 처우 개선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이공계 기피와 인재 이탈 문제에 구조적 처방을 내놓는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인재 양성도 정량적 인력 확보를 넘어 경력 단계별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게 지원하는 생애주기 관점의 정책 설계가 미흡했다. 연구개발(R&D) 공약 역시 재정 투입을 늘리는 선에 머물러, 더욱 중요한 지속성 확보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대선에서 과학기술 정책이 이처럼 핵심 의제로 다뤄진 적은 없었다. 첨단기술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실을 말해준다. 선거 초반 과실연이 제시한 과학기술 10대 어젠다의 첫 항목은 ‘정치와 과학기술 관계의 선진화’였다. 좌우 구분이 있을 수 없는 과학기술 정책이 정치적 풍랑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약을 평가한 이날도 “각 후보의 접근법은 상호 보완적 조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선자가 경쟁자의 정책에서 가져다 쓸 부분이 많다는, 미래의 여야가 협력할 공간이 넓다는 뜻이었다. 모처럼 우선순위가 된 과학기술 정책을 정치가 발목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