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츠베덴 음악감독, 세계 곳곳 악단서 직장괴롭힘 의혹”

입력 2025-05-29 01:12
뉴시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로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64·사진)이 세계 곳곳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단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다.

네덜란드 공영방송(NPO) 산하 KRO-NCRV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인터’는 츠베덴이 지휘를 맡았던 오케스트라의 단원, 직원, 경영진 등 50여명을 인터뷰해 츠베덴의 억압적 리더십을 고발하는 방송을 최근 내보냈다.

대다수가 익명으로 증언한 내용에 따르면 츠베덴은 리허설 도중 모든 단원들이 보는 앞에서 연주자의 실수나 실력 부족을 가혹하게 지적했다. 미국의 한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그는 마치 당신이 네 살 아이인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고 말했다.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을 때는 병가를 신청한다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는 단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홍콩의 한 음악가는 “모두가 그를 두려워한다”며 “단원들만 그런 게 아니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익명 처리된 단원들의 진술서 20장을 읽은 직장 윤리 전문가들은 츠베덴의 언행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츠베덴은 단원들의 증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사실 지휘자로서 나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개선할 점을 얘기한다. 때로는 강렬한 어조로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사람들이 억압당한다고 느끼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정도에 이르는 작업 환경에 대한 변명은 결코 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츠베덴은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50여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지난해 초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