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3명이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이다. 모두 부침을 겪었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은 임기 도중 사임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피살됐다.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각각 국정농단, 계엄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당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당한 후 옥살이를 했다.
이들은 모두 선거를 거쳤다. 이승만 대통령은 1대 간접선거, 2·3대엔 직접선거로 선택받았다. 4대는 내각책임제여서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았다.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5~7대까지 직접선거로 민의를 물었다. 하지만 정치적 입지가 협소해지자 7대 임기 도중 개헌을 강행, 8대부터 간선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최규하 전두환 대통령은 간선제 상황에서 대통령이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13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89.2%였다. 유권자 2587만3624명 중 2306만여명이 투표했다. 주권을 되찾았으니 행사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15대까지 투표율은 80%대였다. 이후 투표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16대는 70.8%, 17대는 63.0%에 불과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18대 이후 투표율은 조금 올라 7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선거는 나라의 주인을 확인하는 절차다.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건 본인의 권리이자 의무를 유기하는 일이다. 불평등, 기후위기, 고령화, 청년 문제, 교육과 돌봄, 지역 격차 등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모든 문제는 정치를 통해 풀어야 한다. 이를 외면한 결과는 고스란히 일상의 무게로 돌아온다. 내 권력을 아무에게나 넘겨줄 순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배제하거나 막연한 기대로 일을 맡겨선 안 된다. 고정관념 아집 흑백논리 등에 갇혀 있는지, 논점을 흐리고 왜곡 은폐 거짓말을 하는지, 전근대적 가치관에 매몰돼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편향된 성향의 집단이나 영상, 인터넷 커뮤니티에 몰두하는 인물은 걸러내야 한다. 합리적 사고, 대화와 토론 과정 중시, 관용정신,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췄는지 검증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컴퓨터 게임하듯 대결에만 몰두한 대가는 양극화 심화와 고물가 경제불황 의료대란 등으로 나타났고, 그 폐해가 지금 우리를 옥죄고 있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주인의 책임을 잊는 순간 머슴은 슬며시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하고 오히려 주인을 쥐락펴락하려 한다. 주인이 돌아가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잘못된 결정에 목소리를 내며, 내 삶과 연결된 정책을 감시하고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매 순간 광장에 모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79.5%. 잠정 집계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율이다. 재외국민투표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추정 재외선거권자 197만4375명 중 25만8254명이 선거명부에 등재됐고 이 가운데 20만5268명이 투표했다. 해외 투표소는 118개국 223곳에 마련됐다. 대기 시간을 제외하고, 투표지를 받아 도장 찍고 밀봉해 투표함에 넣는, 넉넉잡아 10분도 안 걸리는 시간을 위해 해외 주권자들은 승용차나 기차로, 비행기로 2~3시간 이상 이동했다. 캄보디아에서는 6시간을 이동해 투표소에 갔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투표소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투표율로 헌법 1조 2항을 재확인시켜 줄 때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