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신청사 이전 사업을 놓고 관련 기초단체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추진을 미루자는 입장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각각 발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28일 대구 북구와 달서구 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시가 신청사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북구는 배광식 북구청장 명의로 사업을 잠시 미루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배 구청장은 “대선과 내년 지선을 치른 후 대구 미래에 대한 시민 생각이 담긴 신청사를 짓기 위해 현재 대구시가 추진하는 설계공모는 미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시정 중심이 공백인 상황에서 중차대한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절차적 문제와 함께 반드시 시간과 금전적 비용 추가를 동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선과 지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면 신청사 건립에 따른 긍정적 에너지를 극대할 수 있음에도 행정 절차의 정당성만 좇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 미래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이 신청사를 통한 대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필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북구 입장문이 나온 후 달서구는 반대로 신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 명의의 입장문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이 구청장 의중이 반영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달서구는 “2019년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대구시민과 함께 이뤄낸 합의는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의 결정체로 과거 대구시 리더십 교체로 비롯된 혼란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며 “2022년 3200억원이던 건립비용이 현재 4500억원이 된 것을 볼 때 시간을 지체할수록 공사비용만 급증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구는 현재 대구시청 산격청사가 위치한 곳이며 달서구는 신청사가 들어설 지역이다. 앞서 신청사 부지 선정 때 유력 후보지로 꼽혔던 북구가 탈락하며 지역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구청장 모두 차기 대구시장 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일각에서 정치적 입장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