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의 한 고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교사를 주먹으로 폭행하는 일이 발생해 수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지난 4월에도 서울 양천구 한 고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여교사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2일에는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학부모로부터 반복된 민원에 시달린 4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변한 게 없는 학교 현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교사의 교직 만족도에 대한 점수는 5점 만점에 2.9점에 불과했다. 교사 절반 이상(58.0%)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해마다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0~2024년 초·중·고등학교 중도 퇴직 교원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직한 초·중·고 교사는 무려 3만6748명에 달했다. 2020년 6512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3년 7626명, 지난해엔 9194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강화를 외치는 교사들의 요구가 커지자 국회에서는 교권 보호 4법이 통과됐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등 교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민원 대응팀’을 만들어 모든 민원을 개별 교사가 아닌 학교가 대응하도록 했지만 제주 중학교 교사는 학생·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직접 상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이 넘쳐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죽했으면 대한초등교사협회가 정부와 대통령 후보들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겠는가. 학교 현장이 무너지기 전에 이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교권 회복과 교육 여건 마련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