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용 목사의 스티그마] 창조적 공간을 만들라

입력 2025-05-29 03:03

미식축구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가진 선수는 쿼터백(Quarterback)이다. 공을 전달하는 선수다. 쿼터백은 스크럼을 짜고 있는 선수들 안에서 전달된 공을 받은 뒤, 달려드는 상대편 선수들 사이를 헤치고 같은 팀 공격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경기를 보던 청중은 쿼터백의 의아한 패스를 종종 볼 때가 있다. 쿼터백이 저 멀리 아무도 없는 곳에 공을 던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왜 그곳으로 공을 던질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쯤 어느새 같은 팀의 공격수가 상대편 수비수들을 제치고 그 빈 공간을 향해 달려가 공을 잡아 점수를 얻는다. 이와 같은 전술을 두고 창조적인 공간을 만드는 플레이라고 말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경기를 지배하고 더 나아가 승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그런 창조적 공간을 만들어 수많은 시합에서 승리하고 유럽에 있는 메이저급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던 세계적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축구를 배운 스페인 국가대표 제라드 피케는 “과르디올라는 나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뛰어드는 선수의 속도와 그 선수가 공을 다루는 습관까지 다 이해하며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패스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과 가르침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사고와 감각이 필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누구나 아는 공약이나 자기만 아는 지식의 나열에 불과한 약속은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공을 전달해 새로운 공격 전술을 펼칠 수 있는 감독처럼 혼란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대한민국을 새롭게 이끌 대통령은 공간을 창조하고 시간을 뛰어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비판을 받더라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향해 공을 던지는 쿼터백의 뚝심처럼 정의가 땅에 떨어지고 먹고사는 문제에 고통을 겪는 이 나라를 위해 지식이 아닌 창조를 꿈꾸고 그 꿈을 이뤄낼 수 있는 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만 공을 잘 던지고 패스를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과 합을 잘 맞추고 경기가 돌아가는 전체 상황을 잘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공격수의 성향과 능력, 장단점을 잘 판단해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곧 새롭게 선출될 대통령은 본인이 공을 잘 던진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라를 살피고 전체 선수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전체 시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저출생으로 주일학교가 비어 가고 젊은 세대의 탈기독교화로 청년교회는 점점 사라져 간다. 정치 이념에 치우치고 저급한 언행과 행동을 하는 목회자들 때문에 중년 그리스도인들도 교회로 향하던 발길을 돌리고 있다. 빈 곳이 생기고 자리가 빠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교회의 지도자들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공만 주고받고 있다. 뻔한 패스는 상대 팀을 불안하게 만들지 못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격 전술로는 골을 만들 수 없다. 그런 패스와 전술로 채워진 경기는 필패(必敗)하게 될 것이다.

공을 빈 공간에 넣어야 하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작전을 펼칠 줄 알아야 한다. 비어 있는 곳에 공을 넣어 창조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지시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사고하는 플레이를 해서 빈 곳에 사람이 모이게 하고 새로운 시합을 이끌어야 한다.

예수는 아무도 가지 않던 사마리아 길로 가던 중 예배를 갈망하던 여인을 만나 참된 예배의 길을 알려줬다. 또 누구도 만나지 않으려고 했던 삭개오를 만나 교만의 자리에 올라가 있던 그에게 “내려오라”고 말하고는 그의 집에 들어갔다.(눅 19:5) 그때 사람들은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7절)고 비난했지만 그 안에서 삭개오는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8절)며 회개 가운데 구원받는 역사가 나타났다. 역사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 곧 비어 있는 어느 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공간을 창조할 때 그곳에 시간과 게임을 바꾸는 역사가 이뤄진다.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