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 오염 끝낼 역사적 전환점

입력 2025-05-29 00:33

이제 두 달 뒤면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국제협약의 최종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의 합의를 끌어내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와 과학, 기술은 물론 각 나라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고려사항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한 10년 동안 플라스틱 오염은 전 세계적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은 정부, 시민사회, 기업, 과학계, 미래세대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행동에 나서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글로벌 시민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으로 모일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플라스틱 소비량은 206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 곳곳은 플라스틱에 뒤덮이고, 생물 다양성은 감소하며, 온실가스 배출 역시 많이 늘어날 것이다. 미세플라스틱 또한 대도시부터 외딴섬, 심지어 북극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나갈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이 주는 유용성을 상상하지 못했다. 플라스틱 오염의 유해성은 더더구나 알지 못했다. 플라스틱이 너무나 유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이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각국과 지방정부는 플라스틱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인도와 프랑스는 생산자 책임제를 시행 중이고, 캐나다의 여러 도시에서는 다회용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개최되는 제주도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섬’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순환경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204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8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폐기물 관리가 개선되고 자원 효율성이 늘어나는 효과도 동시에 거둘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던 2015년에도 국제사회는 난민 발생, 테러 위협, 금융위기 같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지금도 각국 정부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환경 문제는 자주 뒷전으로 밀리다가 더 큰 위기로 돌아오곤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20세기 초부터 시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플라스틱 오염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2015년 파리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자, 각국의 지도자들은 역사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미래가 오늘의 우리에게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행동에 나선다면, 인류는 다시 한번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