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 런던시티미션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빌리온소울하비스트(BSH) UK 대회’ 참석차 영국 런던에 와 있다. 불신자가 99%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 리디머장로교회를 설립한 팀 켈러 목사가 뉴욕과 더불어 애정을 쏟았던 도시가 런던이다. 두 도시 모두 전 세계 200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최대 다국적 다민족 도시이고 세속화의 상징이다. 켈러 목사는 그의 생애 후반 10년간 전 세계 48개 도시에서 250개 교회를 개척했고 특히 런던시티미션은 그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슬픈 런던 속 희망
영국은 명목상 60%가 기독교인이지만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9% 미만이다. 지금 영국은 영적인 폐허 속에서 무신론의 온상이 되었고 지난 20년간 5배로 성장해 300만을 넘은 이슬람의 확장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많은 기독교인을 가진 기독교 종주국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지난 800년 동안 한 세기에 한 번씩 영적 대각성이 있었다. 그 마지막이 미국의 2차 대각성운동과 연계돼 일어난 1859년부터 1869년까지의 부흥이었다. 영국은 지금 브렉시트와 팬데믹 이후의 사회 혼란, 정치 부패, 경제 위기와 교회 분열, 성도의 급격한 감소와 미디어의 적대적 경향, 점성술과 뉴에이지 만연 등 오랜 영적 목마름의 상태에서 부흥에 대한 갈망이 대단하다.
이 상황에서 놀랍게도 복음주의 교회는 지속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은사주의를 중심으로 한 갱신운동, 초교파 부흥운동, 신세대 선교형 교회운동, 24시간·7일 기도운동, 알파 전도운동 등으로 부흥의 소나기를 맛보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이민자 교회들의 기도와 간구로 영성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 나라에 오면 밀려오는 비애감에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아! 영국이 어떤 나라였던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전 세계 부흥과 복음운동, 선교운동을 주도했고 문학과 학문과 과학은 물론 민주주의와 사회 복지를 비롯한 모든 선한 가치를 창출했던 대영제국이었다. 하지만 이제 노대국(老大國)의 몰락이라는 황혼기에 접어든 가운데 안타까움 속에서 애절한 기도가 나온다. ‘다시 한번 부흥을 주옵소서! 다시 한번 첫사랑을 회복하게 하옵소서.’
세계를 위한 나이지리아 교회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나이지리아의 에녹 아데보예 목사는 세계 최대 교회 목사이다. 그가 담임하는 Redeemed Christian Church of God(RCCG)은 라고스에 있는 초교파 교회로 성도 수가 998만명에 이르고 전 세계 200여개국에 5만개의 지교회를 갖고 있다. 단일 교회로서 수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세계 1위 선교 교회이기도 하다. RCCG는 ‘거룩과 추수’를 목표로 모든 성도를 거룩하게 하는 것과 전 세계 모든 도시의 5분 거리마다 교회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영혼 구원에 전력하고 있다.
특히 라고스대학 수학 교수로 있다가 전격 발탁된 아데보예 목사는 나이지리아를 떠받치고 있는 비저너리이자 기도의 거장이다. 그가 받은 사명과 비전은 철저히 성경적인 데다 교회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나이지리아는 필자가 방문한 나라 중 가장 열악한 환경을 가진 국가였다.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52.7세로 세계 236개국 중 235위를 기록할 정도다.
그런데도 2억3000만 인구 중 51%가 기독교인이고 거듭난 그리스도인도 7000만명이 넘는다. 나머지 절반은 무슬림인데 그 지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끝없이 핍박과 고난에 직면해 있고 해마다 순교자만 6000명에 달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폭발적 교회 부흥과 선교 부흥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현재 세계 10대 교회(좌석 수 기준) 중 8개가 나이지리아에 있을 정도이니 70~80년대 한국교회의 기록적 부흥을 연상케 한다.
물론 나이지리아도 가난과 부패가 최대의 난제이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정치만 제대로 하면 못살 수 없는 나라이다. 뇌물수수와 횡령이 공공연하고 60년대부터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원유 판매 대금이 부패한 관리들의 손으로 넘어가 국가 전반에 거대한 검은 고리를 형성했다. 최근 연이어 집권한 이슬람 정권은 무능할 뿐 아니라 부패의 악순환을 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가 이 나라를 뒤덮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교회 공동체의 간구와 기도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23년 나이지리아를 두 번째 방문해 RCCG의 금요 철야기도회에서 BSH의 비전을 선포한 적이 있다. 이 교회 철야기도회에는 보통 100만명 이상 모이는데 나이지리아를 처음 방문한 20년 전에도 매주 100만명이 모여 기도한다는 설명을 현지 선교사를 통해 들었다. 수십 년간의 끈질긴 기도는 말할 것도 없고 기도의 강도 또한 경이롭다. 핵폭탄급 기도가 매주 금요일마다 드려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도와 간구는 대부분 부르짖는 기도로 절박하고 애절하다.
결국 이 기도가 나이지리아 전역에 퍼졌고 그 결과 전 세계를 뒤흔드는 전무후무한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이미 ‘세계를 위한 나이지리아’로 그 존재 이유를 설정하고 있었다. 물론 나이지리아 교회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토록 절박하게 주의 얼굴을 구하는 성도들이 있는 한 모든 염려는 무의미하다. 지금 런던의 한 귀퉁이에서 영국과 나이지리아를 번갈아 떠올리며 산상수훈의 팔복을 묵상해 본다. 과연 누가 더 축복을 받았을까.
온 겨레여 안심하라
지난주 한국에서 나흘 동안 특별금식 시간을 가졌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너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있어야겠다는 각오로 금식하며 기도했다. 이 기도회에는 사랑의공동체 가족과 비즈니스 리더들, 중보자들이 주로 모였지만 국제꿈의학교 학생 10여명이 동참해 간절함을 보탰다. 그야말로 온 세대가 모여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절박한 기도를 드렸다.
최근 우연히 방문한 경기도 고양 조이플교회 심야기도회에서 47일째 드려지는 뜨거운 간구의 현장도 보게 되었다. 대부분 청년들로 구성된 이 교회에서 필자는 온 세대가 모여 하늘 보좌를 흔드는 기도의 실체를 목도했다. 어린이들과 청년들의 부르짖는 기도가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다. 거기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도 포함돼 있었다.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 장로는 매일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하루 두 번, 네 시간씩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신 분으로 유명하다. 그분의 좁디좁은 기도굴 좌우측에는 “조국이여 안심하라, 온 겨레여 안심하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에스더기도운동의 이용희 교수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조국이여 안심하라 우리가 기도한다’는 구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 우리 일상을 휘젓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성도들과 국민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정권을 잡든 모두가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 확실한 것은 하나님의 보좌 앞에 서서 기도하는 공동체가 있는 한 그 누구도 이 나라를 흔들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를 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산화한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나라이다. 광복 이후 80년간 기도가 쌓인 나라이다. 수백만의 성도가 드려진 새벽기도 철야기도 산기도 금식기도가 태산처럼 켜켜이 쌓여 기도의 방벽으로 둘러싸인 철옹성 국가이다. 위기의 고비마다 온 성도가 하나 돼 기도로 돌파한 나라이다. 이 기도가 이 나라 이 민족을 살리고 잿더미 같았던 나라를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로 바꾸어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했다. 이제 하루속히 남과 북이 통일되어 세계 복음화를 마무리해야 할 최후의 사명, 즉 통일한국과 선교한국을 이뤄야 할 사명을 앞에 두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국가 이기주의가 극에 달했다. 이제 우리는 타자성(他者性)을 우선순위로 삼는 민족으로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받은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 세계로 흘려보내야 한다. 어서 빨리 상대적 빈곤감의 망령에서 벗어나 전 세계 고통받는 이웃들과 잃어버린 영혼에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국가 내부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존재로 나이지리아처럼 ‘세계를 위한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할 시점이다. 사명이 있는 민족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로 당신이 필요하다. 누가복음의 말씀대로 “비록 벗 됨으로 인하여서는 일어나서 주지 아니할지라도 그 간청함을 인하여”(11:8) 기어이 응답을 받아내는 끈질긴 친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사와 민족사가 굴절되는 이 현장에서 보좌를 흔드는 기도, 주의 뜻대로 처절하게 부르짖는 간구를 드릴 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국이여 안심하라 우리가 있다’고 외치는 공동체와 한국교회가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겨레여 안심하라 내가 있다’고 외치는 모든 성도가 되길 기도한다. 주여! 이 나라에 주의 얼굴을 비추사 영광의 빛을 발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