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마무리된 제21대 대선 TV토론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세 차례의 토론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세 차례의 토론 모두에서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조준한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협공이 메인 흐름이었고,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수성을 위한 방어에 주로 집중했다는 것이다. 다만 1~3차 토론회 모두 후보들의 분야별 정책과 국정 운영 비전 제시보다는 과거 발언이나 네거티브 공세, 말꼬리 잡기식 신경전이 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수의 전문가는 세 차례 토론회에서 ‘몰아붙인 이준석’과 ‘돌려세운 이재명’의 인상이 가장 도드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와 김 후보 모두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폈지만, 김 후보의 질문은 대체로 사법 리스크나 이미 알려진 의혹 위주였다면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아픈 질문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의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받다 보니 방어하는 모습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 관련 질문에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반복해 받아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에 대해서는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진솔해 보이는 이미지가 김 후보의 강점이지만 토론회에서 자신의 공약보다는 이재명 후보 네거티브에 치중한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도 “김문수만의 색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도 호평과 우려가 교차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격을 통해 존재감은 명확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초빙교수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소수 정당의 비전을 보여준 건 인상적”이라고 했다. 반면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이준석 후보가 토론을 제일 잘했다고 보겠지만 노인 세대 시각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어린 사람이 다그치듯 말한 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해서는 “진보 정당 후보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박 초빙교수)”는 평가와 “선명성을 드러내다 보니 지도자의 안정성은 보여주지 못했다(최 평론가)”는 비판이 교차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TV토론이 건실한 ‘알맹이’보다는 네거티브와 일방적 주장만 반복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교수는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의 질문은 회피하는데 이걸 어떻게 토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대선 후보 TV토론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도 “후보들이 대통령 됐을 때 국가운영의 방향성이나 비전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비판했다.
TV토론이 막바지 대선 판도에 영향이 있을지를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는 “시청자 대다수는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는 잘했다고 여기고, 싫어하는 후보는 못 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이 평론가는 “TV토론 이후 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상승한 걸 보면 TV토론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며 “부동층이나 중도층이 이준석 후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종선 정우진 송경모 박장군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