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김문수 선택할 명분 없어”… 단일화 다리 끊었다

입력 2025-05-27 18:43 수정 2025-05-28 00:07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7일 국회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듭 거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후보는 “더 이상 김 후보를 선택할 그 어떤 명분도 남지 않았다”며 단일화 논의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27일 “더 이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선택할 그 어떤 명분도 남지 않았다”며 단일화 거부 의사를 재차 천명했다. ‘단일화 마지노선’인 28일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 다리를 끊어버린 것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후보의 단일화 거부를 존중한다”고 했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히던 범보수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서 없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뒤 닷새 만에 독자 노선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전보다 더욱 거칠게 김 후보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그는 “제가 이재명 후보의 무능과 무식, 반지성을 파헤쳐 반사이익을 얻은 것 외에 김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스스로 이룬 것이 대체 무엇이냐”며 “비전 없이 겨우 생각해낸 것이 ‘반이재명’이라는 기치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을 이낙연, 전광훈과 같은 이상한 재료들을 모아다 잡탕밥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국민의힘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버티는 이유는 당선보다 당권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는) 단일화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후보라는 게 증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강공은 단일화 문을 닫은 뒤 젊은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투표는 사표’라는 프레임을 펴자 맞불 차원에서 보수 선두주자 경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향해서도 “계엄에 책임 있는 세력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며 부도수표에 달려갔다. 호남이나 합리적 중도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공격했다.

국민의힘도 단일화 시너지를 위한 적기는 지났다고 보고 ‘3자 구도’를 가정한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단일화가 없더라도 3자 구도에서 김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개혁신당에서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다면 그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백지수표’를 내밀던 전날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사표 방지심리’를 자극해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표만 잠식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대신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교차 지지층인 보수층과 ‘반이재명’ 성향의 무당파를 최대한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김 후보는 중도 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 개혁 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해 이재명 총통 체제 등장을 함께 막아내자”고 적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층에서는 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이긴다는 생각을 이미 많이들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