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바닥 찍었나, 4년7개월 만에 최대 상승

입력 2025-05-27 18:59 수정 2025-05-27 23:33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전월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10월(12.3포인트 상승)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것으로 새 정부 출범 기대감,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일대.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차갑게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대폭 개선되며 6개월 만에 ‘낙관적’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4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비심리 위축 요인들이 해소될 기미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지만 실제 온기가 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 이달 CCSI는 101.8로 지난달 93.8에서 8.0포인트(p)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은 2020년 10월(+12.3p) 이후 최대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88.2포인트까지 급락한 CCSI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100을 넘겼다.

CCSI는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향후경기전망지수가 전월 대비 18포인트 올라 2017년 5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그간 국정 리더십 공백으로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 난점이 있었으나 다음 달 대통령 선거 이후 협상에서 원활하게 진전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그동안 소비자심리 회복을 제약했던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부정적 요인이 완화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개선됐다”며 “다만 그간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큰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전망도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에 힘을 더하고 있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29일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본다. 이날 발표된 금융투자협회 보고서에서도 채권 전문가 69%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내수 업종 주가는 이미 소비심리 회복 분위기를 반영했다. 롯데쇼핑 주가는 올해 초 5만2300원에서 이날 7만7300원까지 올라 47.8%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역시 각각 연초 대비 33.2%, 52.3% 올랐다. 내수 침체로 지난 연말·연초 바닥을 찍은 주가가 실적 개선으로 당분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지역별 경기 역시 소비심리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0%를 기록하며 보합을 이뤘다. 2022년 2분기(-0.2%) 이후 11분기 연속 이어지던 감소세가 멈춰선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체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에서 소매판매액지수가 상승했다. 특히 부산(4.7%) 경남(4.6%) 울산(3.8%) 3곳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승용차 구매 및 주유소 등 연료소매점 소비 증가와 슈퍼마켓·잡화점·편의점 등에서의 소비 증가가 맞물린 영향이다. 소상공인들이 종사하는 업종에서 소비가 증가한 만큼 지역경제에 온기가 조금씩 돌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에선 인천(2.8%) 경기(0.3%) 두 곳이 반등했다. 두 곳의 소매판매액지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지난해 4분기 대비 각각 5.7%, 1.8% 감소했다.

나머지 5개 지역도 소비 감소세가 다소 둔화했다. 지난해 4분기에 1년 전 대비 -3.9%였던 서울은 올해 1분기 -2.1%를 기록하며 감소세가 줄었다. 대전(-2.9%) 대구(-2.1%) 경북(-0.5%)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심리 회복이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대선 이후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2분기부터 민간 소비와 재정 지출이 성장 회복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실물 경제에 파급력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정하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