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가 최신 대함미사일 체계 ‘네메시스(NMESIS)’를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 북부 바탄섬에 배치해 중국의 군사행동에 신속히 대응할 역량을 강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하와이에 본부를 둔 미국 제3해병 연안작전연대는 지난달 말 연례훈련의 일환으로 네메시스 발사대를 바탄섬에 배치했다. 네메시스는 지상에서 군함과 상륙선 등 해상 표적을 타격하는 무기체계다. 원격조종 무인차량에 장착한 발사대에서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베르그의 고정밀 ‘해군타격미사일(NSM)’을 발사한다.
제3해병 연안작전연대장인 존 르헤인 대령은 “네메시스를 배치한 것만으로도 적의 판단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정권에 들어가는 모든 선박의 위험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네메시스는 이동이 가능해 은폐에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바탄섬은 산악 지형이어서 네메시스를 숨기는 데 적합하다. 특히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같은 지상 기반 미사일체계가 바다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타격하기 어려운 반면 네메시스는 대함작전에서 우월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르헤인 대령은 강조했다.
WSJ는 “해병대가 네메시스를 바탄섬에 배치한 것은 중국과의 무력충돌 상황에서 신속 대응 부대를 편성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국인 필리핀은 미 해병대의 기동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메시스의 사거리는 185㎞, 바탄섬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약 193㎞다.
미군은 원칙적으로 필리핀에 주둔하지 않지만 훈련과 항공기·선박 급유 및 정비 등의 명목으로 기지를 두고 병력을 순환 배치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2022년 집권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의 대중국 포위망을 확장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협조하며 자국 내 미군기지를 늘려 왔다.
대만에 주둔한 미군이 500명으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많다는 미군 장성 출신의 증언도 나왔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크 몽고메리 미 해군 예비역 소장이 지난 15일 의회에서 대만에 500명 병력이 주둔해 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 의회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대만 주둔 미군은 41명이었다. 중국 관영 CCTV는 몽고메리의 증언을 보도하면서 “미국이 대만을 전쟁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군도 대만 침공을 가정해 최근 기습 공격 능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대만군 고위 당국자는 “중국 공군과 미사일 부대가 대만 침공 시 전시체제로 언제든 전환할 수준으로 공격 능력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최소 36개국으로부터 ‘양안 통일’ 지지 의사를 끌어내며 대만에 대한 외교 포위망도 구축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