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미 관세협상 요구안 수용 어려운 부분 많아”

입력 2025-05-27 18:50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열린 ‘2025 국민성장포럼’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 “미국 측에서 통보한 일정에 따라 6월 중순부터 미국과의 관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본격적인 협상은 차기 정부가 맡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5 국민성장포럼’ 축사를 통해 “지난주 미국과 기술협의를 진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술협의는 협상에 돌입하기 전 주요 의제를 정리하는 단계다.

정 본부장은 “미국은 기술협의를 통해 자신들의 공식 요구사항을 담은 리스트(목록)를 처음으로 제시했고, 거기엔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며 “리스트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기술협의 이후 추가 협의는 3~4주 후 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선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에 관련 실무자들의 역할은 메뉴를 잘 준비해 놓는 것”이라며 “그 메뉴들에 양념을 치는 것이 곧 협상인데 그 부분은 다음 정부가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관세 협상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수출이 6.8% 줄었고 5월에도 15~20% 빠질 전망”이라며 “한국 관점에서 미국 관세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관심사항과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우리 입장을 정립함으로써 차기 정부에서도 연속성을 갖고 미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에 바란다: 통상전쟁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회 관계자와 전문가들도 통상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그 심각성에 공감했다. 축사자로 나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 세계적인 통상전쟁 속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뿌리를 단단히 하면서 신사업을 어떻게 꽃 피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통상 정책은 국익만을 생각하며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주제 강연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매일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바꾸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관세와 관련해선 실무 협상도 중요하지만 톱(대통령) 간의 협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가별로 기업·산업·정부 역량을 총동원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민혁 윤준식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