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 투자 담당 본부장인 A씨는 2019년 4월 지인인 회계법인 직원 B씨로부터 스페인 물류 자산 투자를 소개받고 같은 해 9월 공제회 기금 300억원을 투자했다. 회계법인이 투자처를 발굴하고 브로커가 투자자를 소개한 뒤 공제회가 투자하는 구조였다. 해당 투자를 통해 브로커는 펀드사로부터 40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5억2000만원)를 받았다.
A씨는 이듬해 5월 브로커 측에 수수료 절반(약 2억6000만원)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C사에 입금토록 했다. 리베이트 수수를 위해 차린 차명회사였다. 그러나 C사에는 컨설팅을 수행할 직원조차 없었고, 실제 용역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0년 12월에는 미술품 구매 명목으로 C사 계좌에 있는 2억5000만원을 자신의 처남 계좌로 이체했다. 이 돈은 이틀 뒤 부인 계좌를 거쳐 최종적으로 A씨 본인의 증권 계좌로 옮겨졌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검찰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고 건설공제회에는 파면을 요구했다.
이처럼 주요 공제회에서 투자 담당자들이 청탁을 받고 공제회 기금을 투자한 뒤 뒷돈을 챙기거나, 기초적인 자료 검토조차 생략한 채 투자를 결정한 사례 등이 감사원 감사 결과 다수 확인됐다. 공제회는 거액의 기금을 관리하지만 법상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통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27일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건설공제회 D과장은 2021년 외국 전기차 관련 펀드 투자를 담당하면서 동업자이자 대학 동창의 제안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다른 기관들이 투자를 철회한 상태에서도 무리하게 강행했다. 결국 해당 투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투자액의 83.1%인 166억원 손실을 입었다. D과장은 감사가 시작되자 퇴사했지만, 감사원은 추가 범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2018년 8월 시카고에 있는 오피스 담보 대출 후순위 채권 매입 펀드에 3500만 달러(약 407억원)를 투자했다. 상대적으로 공실률이 높고, ‘투자 기간 중 주요 임차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 등의 사전 보고가 있었지만, 교직원공제회 측은 이를 투자심의위원회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오피스 임차가 줄면서 선순위 채권자가 지난해 4월 건물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했고, 교직원공제회는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해야 했다. 군인공제회의 경우도 생활형숙박시설 사업에 무리하게 보증을 섰다가 대출금 전액인 367억원의 피해를 봤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