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이 엿새 앞이지만 선거판이 점점 더 혼탁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어제만 해도 각 후보 진영은 날선 비난전과 단일화 논란, 계파 갈등으로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국민 통합이나 미래 비전 같은 것은 찾아볼 여지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을 향해 ‘배신자’ ‘사쿠라’ ‘반역자’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이 고문과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향해 ‘괴물 독재국가 세력’ ‘이재명 충성 경쟁 당’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를 해야 하네, 말아야 하네 하며 며칠째 계속 충돌했다. 국민의힘에선 계엄 선포를 옹호한 윤상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가 한동훈계가 반발하는 등 내부 파열음이 극심했다.
이번 대선은 계엄과 탄핵 사태로 분열된 나라를 어떻게 통합할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를 경쟁해야 하는 선거다. 하지만 그렇기는커녕 엉뚱한 일들로 귀한 시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후보들이 어젯밤 마지막으로 정치 분야를 주제로 세 번째 TV토론을 벌였지만 앞서 진행된 경제,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깊이 있는 토론보다는 상대의 허물을 들추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좋은 지도자를 가려낼 유권자들의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게다가 28일 이후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돼 그야말로 유권자 각자의 판단으로 후보를 골라야 한다. 제한적인 정보이긴 하지만 유권자들 스스로 각 후보의 공약 등을 꼼꼼히 살펴 탄핵 사태 이후의 혼란을 누가 더 잘 수습할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누가 잘 이끌지, 어떤 공약이 실현 가능하고 국가에 더 좋을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권자들은 2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3년 전 20대 대선 때의 사전투표율은 36.9%로 본투표율(40.2%)과 비중이 비슷했다. 일찌감치 원하는 후보를 찍어두려는 적극 투표층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적극 투표층 외 다른 유권자들도 사전투표에 최대한 많이 참가해 어느 때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쪽 후보도 싫고 저쪽 후보도 싫다면서 아예 투표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못마땅한 구석이 있어도 차선의 후보를 찾아 표를 던져야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가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