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법개혁, 검찰개혁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전략적 함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자칫 중도층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피하거나 맞대응하지 않는 ‘로키’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27일 대법관 100명 증원 등 논란이 된 사법개혁 법안들에 대해 “현재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인지 논의된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도 지난 26일 “지금은 사법 관련 논란에 대해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민주당의 그간 행보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지난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이를 ‘3차 내란’으로 규정하고 대법원과의 일전에 나섰다. 유례없는 대법원장 청문회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었고,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도 법사위에 상정했다. 대법관 증원 규모를 현행 14명에서 최소 30명, 최대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경쟁하듯 발의됐다. 선대위 소속 의원들이 참여한 최근 토론회에서는 “대법관 100명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21일 유튜브에 출연해 “대법관 반드시 증원한다”며 “이재명정부가 탄생하면 곧바로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법사위원장의 단독 질주가 아니고 팀플레이”라며 당 지도부와의 교감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재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급한 일 아니니 나중에 생각해 보자”고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는 앞서 2021년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전날 “국민 앞에 나와 언론개혁에 대한 입장과 철학을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며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선거일까지 중도층을 자극할 수 있는 자체 변수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선거 때는 한 표라도 더 가져올 수 있는 얘기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민감한 개혁 과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사회적 갈등이 큰 이슈는 조정 기간을 충분히 두고 진행할 것”이라며 “개혁 과제들을 대선 기간에 비중 있게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