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령층의 일자리 질은 매우 낮다. 부족한 연금 소득을 보완하기 위해 은퇴 후 재취업에 나서지만 기존 경력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우리에게 양질의 고령 일자리 창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인구·고용 동향 &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높은 고용률과는 달리, 재취업한 고령자 다수가 영세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저숙련·육체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니 유감이다. 절반 이상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장기간 쌓은 경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개인에게는 큰 박탈감이자, 사회적으로는 인적 자원의 낭비다. 일자리 질 악화는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은퇴 후 60대 초반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78만9000원으로 정년 이전인 50대 후반(350만9000원)보다 20.5% 낮은 수준이다.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함에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겉으로는 노인 일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벌이가 적고 복지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고령자들이 힘든 일을 계속 해야 하는 현실에 내몰리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허약한 것이다.
정부는 이제 일자리 수가 아닌 일자리 질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고용률 제고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이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단기 생계 지원에 머무는 공공 일자리 정책을 넘어서 이들의 경력과 역량을 살린 맞춤형 일자리 발굴이 절실하다. 다가오는 6·3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고령층 삶의 질은 그 사회의 품격을 보여준다.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제도 보완과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