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눈앞에 두고 7~8월 세법 개정안과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준비하는 기획재정부의 고심이 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정책 시간표’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2017년과 2022년의 ‘5월 대선’보다 한 달가량 늦게 치러져 9월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세법 개정·예산안을 제출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짧다. 기재부 관계자는 27일 “구체적 공약 사업 및 국정과제가 확정되면 이에 맞춰 새 정부 경제정책을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는 각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는 오는 31일 이후 출범한다. 현재 부처별 예산요구서의 가이드라인은 지난 3월 이전 정부에서 마련한 예산안 편성지침이다. ‘민생 회복’과 ‘재정 지속가능성 및 생산성 제고’, ‘의무지출 구조조정’이 편성지침의 주요 내용이다.
대선 후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예산 편성 방향과 내용부터 새로 짜일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도 각각 2017년과 2022년 출범(5월 10일)하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한 예산안 편성지침을 각 부처에 추가 통보했다. 편성지침과 더불어 예산안의 큰 그림을 그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차기 대통령 주재로 열린다. 회의에서 확정된 예산 정책 방향에 따라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다시 제출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예정처는 최근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서 “기존 예산 편성 방향이 대선(결과)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주요 변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취임 직후 추경”을 공약하면서 누가 당선되든 내년도 예산안과 2차 추경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속도감 있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매년 7월 말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세부 윤곽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통령실과 세제 당국이 한 두 달 안에 논의를 거쳐 세법 개정안을 발표해야 한다. 국회 제출 전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모두 마치려면 늦어도 8월 초까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세법 개정안을 발표해야 한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각종 세액공제 확대 및 감세 공약을 쏟아낸 상태다. 이재명 후보는 반도체 국내 생산세액공제 10% 및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등을, 김 후보는 상속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소득세 기본공제 인상(현행 150만→300만원) 등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 스케줄이 6월로 바뀌면서 새 정부 출범 첫해마다 정책 시간표가 촉박해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