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가 외국인 주민 1만명 시대를 맞아 내국인 주민과 상생 공존하는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통계 월보에 따르면, 동구의 외국인 수는 올해 3월 기준 9766명으로 지난 2022년 3월 3191명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동구 전체 인구 15만9934명 가운데 6.1%를 차지한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채용하면서 매년 1000~2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내국인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불법 주정차, 쓰레기 불법 투기, 무단 흡연 등 생활 불편 상황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아프간 기여자 29가족 157명이 한꺼번에 동구에 이주하면서 주민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프간 주민 이주를 계기로 동구는 지역 기업, 민간단체와 함께 지역사회 차원에서 외국인 문제 해결에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동구는 HD현대중공업과 동구가족센터 등 민간단체와 함께 특별지원단을 구성하고 아프간 가족에게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가르치며 지역사회 정착을 도왔다. 동구의 이런 외국인 정착 지원사업은 외국인 지원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2022년 11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23년 7월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경찰, 법무부,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8개 기관과 함께 ‘외국인노동자 지원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수시로 각종 문제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도록 내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외국인 인식 개선 교육’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의 휴일 여가 생활을 돕기 위해 동구지역 공공 생활체육시설 이용료를 감면해 주는 협약을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와 체결했다.
동구는 2024년 7월 외국인 지원 전담 부서인 노사외국인지원과를 신설하고 외국인 주민 지원 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내국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이 모두 만족하는 외국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채용하고 있는 지역 기업과 외국인 주민들을 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주민과 구청 간의 소통 창구인 ‘외국인 주민협의체’를 동구 지역 12개국 외국인 주민 20여명으로 구성해 외국인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양방향 소통 행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지역 맞춤형 외국인 주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눈에 띄는 외국인 주민 지원 사업으로는 외국인 주민과 지역 주민이 문화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친구가 되는 ‘외국인 주민 반상회’, 외국어 통번역 지원, 외국인 주민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외국인 밀집 지역 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 등이다.
동구는 지난 4월부터 3개국 7명의 외국인 자원봉사자와 함께 외국인 주민이 밀집한 방어동과 전하동을 중심으로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을 위한 홍보와 단속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고의로 불법투기 하는 사례보다 분리배출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분리배출 방법을 몰라서 그냥 내다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계도에 나선 것이다. 또, 베트남어와 스리랑카어로 된 현수막을 만들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외국인 인구 증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긍정적인 발전 요소로 작용하도록 상생 융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뜻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로 발전하기를”
김종훈 울산동구청장
김종훈 울산동구청장
"다양한 문화와 국적을 가진 주민들이 서로의 배경을 이해하고 좋은 이웃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동구가 더욱 따뜻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훈(사진) 동구청장은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구에 유입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취업을 목적으로 찾아온다"면서 "1만여명에 가까운 동구 지역 등록 외국인 중 8000여 명이 외국인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동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중 남성이 80% 이상이며, 20~40대가 약 87%를 차지한다. 출신국가는 베트남, 스리랑카,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권이 대다수다. 이들은 조선 용접공, 선박 도장공, 선박 전기원 등으로 일하며 지역 조선소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 노동운동가였던 김 청장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지역 산업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는 "외국인 주민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산업현장이나 지역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는 것은 지역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를 노동력으로만 보지 말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며 "외국인 주민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포용함으로서 우리 지역의 품격과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내국인 주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지역사회 봉사나 문화 활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꾸준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