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계엄군 앞 무방비 시민들’… 시민이 찍은 5·18 영상 첫 공개

입력 2025-05-28 01:59
뉴시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상황이 촬영된 영상이 45년 만에 공개됐다. 당시 20대 평범한 회사원이 촬영한 영상엔 계엄군의 집단발포 직전 계엄군과 시민들 간 긴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영상시사회’를 열고 전남도청 앞 시민들과 계엄군의 대치 상황을 촬영한 5분40초 분량의 영상(사진)을 공개했다. 1980년 5월 21일 당시 26세 청년이었던 문제성(71)씨가 8㎜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다.

문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시신 2구를 손수레에 싣고 시위대에 합류하는 시민들의 모습과 계엄군의 최루탄에 후퇴하는 시민들, 금남로 상공을 비행하는 헬기, 저공 비행하는 C-123 수송기의 모습도 잡혔다. 영상 속 광주 시민들은 실탄으로 무장한 계엄군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각목 등으로만 무장한 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대치하고 있었다.

문씨는 “영상을 촬영한 뒤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고, 식사 이후 다시 금남로에 나가려 했지만 아버지가 말려 집단발포 모습을 찍지는 못했다. 그 영상을 촬영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5·18 진상규명에 (이 영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영상은 시위대 속 시민의 시선에서 왜곡 없이 5·18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최초의 영상”이라며 “계엄군의 집단발포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18기록관은 기증받은 영상을 고해상도 복원 작업 등을 거쳐 국내외 연구자들과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