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비밀정보국을 가리키는 용어인 ‘MI6’는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쟁부(War Office) 산하 부서였던 ‘군사정보6국(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의 약칭이다. 영국 정보기관이 통폐합됐을 때 사용된 명칭인데 비밀정보국이 외무부 소속으로 편제가 바뀐 만큼 지금 비밀정보국을 MI6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국 비밀정보국은 MI6로 통칭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정보국을 가리키는 ‘MI5’와 구분할 때는 해외정보국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쓰인다.
1909년 창설돼 국제 정보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MI6의 수장은 줄곧 남성이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여성 국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올해 퇴임 예정인 현 국장의 후임자 최종 후보 3명이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MI5에선 그동안 여성 국장이 2명 배출됐지만, MI6의 여성 국장은 처음이다. 최종 후보 3명 중 2명은 MI6 출신의 내부 인사로 알려졌고, 나머지 1명은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다. 그런데 우드워드 대사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자 중국이 들끓고 있다. 그의 이력을 근거로 중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드워드 대사는 1986년부터 난카이대와 후베이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1994년부터 외무부에서 근무했는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에서 정치참사관으로 일했고, 2015년에 영국 최초의 여성 주중 대사로 임명된 후 2020년까지 소임을 다했다.
주중 대사를 마치고 떠날 당시 “아름다운 추억과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준 베이징과 중국에 감사한다”고 했던 우드워드 대사 입장에선 스파이 음모론이 당혹스럽겠지만 중국 일각의 경계심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MI6 자체가 외무부 산하 조직인데다 중국은 MI6의 주요 정보 타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바버라’로 불렸던 우드워드 대사가 MI6 국장에 임명된다면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한 뉴스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