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희귀종양으로 피 흘림의 은혜 실감… 삶의 이유 마음 새겨

입력 2025-05-31 03:11
분명 나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장로회신학대 재학 중 척추에서 ‘거대세포종’이라는 희귀 종양이 발견됐다. 그 순간부터 난 더 이상 예전의 건강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의사 선생님은 이전처럼 허리와 다리의 기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스스로 신앙이 두텁다고 자부하던 내 입술에서 원망의 기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나님 도대체 제가 뭘 잘 못 했나요. 목사가 되려는 신학생이면, 저한테 좀 잘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 인생은 이제 다 망했습니다.”

아픈 몸으로는 더는 신학 공부를 이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신학교를 휴학했다. 앞으로 내가 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양이 더 커지면 안 된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서둘러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은 무려 19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중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채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 선생님은 “출혈이 너무 심해 더 이상 수술을 계속할 수 없다. 혈관 조영실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부모님께 급히 동의서를 요청하면서 “헌혈증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신학생 동기들이 장신대 게시판에 긴급 기도 제목을 올렸다. 이를 보고 익명의 학우들이 300장이 넘는 헌혈증을 모아주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피 흘림 덕분에 나는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예수님께서 흘리신 보혈이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진리를 더욱 깊이, 실감 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퇴원 후 나의 걸음은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허리도 제대로 굽히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 됐지만, 그것이 인생의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목회자로서 내가 누구 곁에 있어야 하는지를 더 분명히 깨닫게 됐다. 매일의 삶이 피 흘림의 연속인 사람들, 바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다시 성경을 펼쳤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누구를 그렇게 찾아다니셨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교회가 다시 보였고 사람들이 다시 보였다. 나의 사역은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인 부서와 사회복지재단, 그리고 지금의 시각장애인 교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 흘림의 은혜를 따라 고통의 자리에 서 있는 이들 곁을 지키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다시 한번 깊이 마음에 새겨본다.

진영채 산소망중도실명자선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