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눈앞… 이제는 보존이다

입력 2025-05-28 01:10
국보인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제285호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사진)와 국보 제147호인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묶어 부르는 명칭이다. 연합뉴스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앞에 뒀다. 세계유산 분야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27일 우리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관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국내외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모처럼 들린 쾌거다.

이코모스 측은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친 독보적인 증거”라고 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하면 17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를 시작으로 가야고분군(2023년)까지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971년 발견된 울주 대곡리 반구천의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로도 불린다. 정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다.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4.5m, 너비 8m 면적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이 암각화는 비운의 문화유산으로 불린다.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게 되면서 침수와 노출을 반복했다. 이렇다 보니 암각화 훼손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돼 왔다. 최고 걸작이란 평가에도 쉽사리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못했던 이유다. 보존 대책이 번번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향후 보존 관리·대책에 속도를 붙여야 하겠다. 수십 년간 지속된 침수 등으로 훼손이 심각한 만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방안이 나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암각화 보존은 단순히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