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문성모 (3) 진학 실패에 좌절… 한 부흥회서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

입력 2025-05-28 03:04
문성모 목사가 서울예고를 다닐 때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 악보. 오른쪽은 서울예고 시절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문 목사 제공

“하나님, 서울예고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작곡에 대한 정식 수업을 받아본 적 없던 내가 뜻밖에 서울예고에 합격했다. 내가 서울예술고등학교라는 학교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단 걸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후 당시 경기고를 다니던 담임선생님의 큰아들이 내게 서울예고를 소개해 주었다. “음악가로 성장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학교에 대한 정보도 없고 합격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매일 밤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내 작은 기도는 기적 같은 응답으로 이어졌다.

입학식 전 예비 소집일, 당시 음악부장이었던 신인철 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선생님은 “사실 네가 화성학 점수가 부족해 합격이 어려웠다”며 “그런데 올해는 남학생이 너무 적어 특별히 너를 뽑은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서울예고 합격은 내 실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깨달았고 놀라운 은혜에 감사하였다.

처음으로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게 됐다. 하숙, 입주 가정교사, 피아노 학원, 기숙사 생활 등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외로움을 견디며 홀로서기를 배워 나갔고 그 과정에서 점점 단단해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하나님께서 내게 필요한 삶의 훈련을 시키신 것이었다.

서울예고에서는 새로 부임하신 김중석 선생님께 작곡 레슨을 받았다. 젊은 선생님은 내 부족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해진 레슨 시간 외에도 과제를 주시며 작곡 공부를 시키셨고 나는 부지런히 노력했다. 그렇게 쌓인 3년의 시간은 내 실력을 견고하게 다져줬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서울대 음악대 작곡과 진학을 목표로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내 꿈은 음대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예고를 졸업한 임평용 선배가 내게 국악과 작곡 전공을 추천했다. 서양 음악 분야에서 교수로 자리 잡기는 어려우므로 국악 전공으로 가야 더 많은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선배의 권유를 받아들여 국악과 진학을 결심했지만 입시 준비 방법을 몰랐다. 국악 이론 시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시간이 부족했다. 급하게 공부했지만, 결국 낙방했다. 그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그것 역시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누님의 권유로 한 부흥회에 참석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 지금은 작고하신 강남중앙침례교회 김충기 목사님을 만났다. 나는 모태 신앙이 있었지만, 그날 처음으로 진정한 중생(重生)의 영적 경험을 했다.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 순간 마치 새사람이 된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시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으며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이었음을.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