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극복 총력전… 정책 제안·교회 공간 활용 아동 돌봄 주도”

입력 2025-05-28 03:06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 본부장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CTS 사옥에서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 돌봄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기쁨이 되는 사회, 교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CTS기독교TV 감경철(82)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육·돌봄·정책 제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출생 극복에 앞장서 왔다. 2022년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이하 출대본)를 출범시키고 저출생 극복 운동을 이끌어 온 그는 기독교계를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 돌봄 관련 법 개정을 교계와 함께 이끌어 내는 등 현장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는 감 회장을 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CTS기독교TV 사옥에서 만났다.

-저출생 극복 운동에 앞장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기업을 운영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자연스럽게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3년 ‘화곡유아연구소’를 설립해 유아 교육을 지원했고 CTS 사장 취임 후에는 ‘CTS영유아문화원’을 세워 교육 기반을 확장했다. 이후 출산율 급감이라는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게 되면서 2006년 기독교계 주요 지도자들과 함께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2010년에는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켜 저출생 극복의 필요성을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출대본이 출범해 펼쳐 온 활동엔 어떤 것이 있나.

“2022년 8월 출범한 출대본을 통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 지도자들이 저출생 극복을 위한 활동에 참여했다. 출대본은 특히 저출생 대책에 대한 각종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서를 발간해 정치권과 정부, 민간단체에 전달했다.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 그리고 이번 대선 주요 캠프에도 관련 정책 제안서를 직접 전했다.”

-정부,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 그동안 추진한 주요 사업들을 소개해달라.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위한 일에 CTS가 앞장서자는 사명감으로 서울시와 함께 교회 공간을 활용한 ‘서울형 키즈카페’ 설치를 추진했다. 현재 11개의 종교시설에서 개소했거나 개소를 준비 중이다. 또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전방위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2023년 11월에는 비영리 사단법인 ‘행복한출생 든든한 미래’를 설립했고 지난 5월 13일에는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출대본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저출생 극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며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종교시설을 활용한 아동 돌봄을 제안하며 이를 위한 법 개정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 약 2000곳이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이 전무한 지자체도 600곳에 달한다. 이 같은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종교시설을 활용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했고 전국 40만여명이 입법청원에 동참해 청원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14일 국토교통부령 제1439호가 공포돼 종교시설이 노유자시설과 복수 용도로 사용될 경우 지방건축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 기준만 충족하면 별도 공간 없이도 영유아·노약자·장애인을 돌볼 수 있게 됐다. 종교시설은 수익 목적이 아니기에 돌봄의 지속성과 공공성을 함께 지닐 수 있다.”

-관련 법령이 개정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교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시행령이 공포된 이후 전국의 여러 교회들이 다양한 문의를 주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 감전교회(박태성 목사)가 행복한미래와 교회형 돌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제1호 교회로 동참했다. 부산 감전교회는 ‘아이행복터’라는 현판을 달고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주중 아이돌봄을 계획하고 있다. 출대본과 행복한미래는 부산 감전교회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 교회들이 돌봄 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안내하고 해당 지자체와의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저출생 극복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담은 ‘저출생과의 전쟁:유럽 편’을 출간했다.

“해외에는 아동 돌봄 센터를 활용하여 저출생을 극복한 사례가 많다. 특히 종교기관이 이에 동참하면서 인구 위기 극복은 물론 국민 정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초 저출생 극복 사례를 조사해 ‘저출생과의 전쟁’ 국내편과 해외편을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한 ‘저출생과의 전쟁’ 세번째 책은 유럽 국가의 저출생 극복 사례를 담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5개국의 저출생에 관한 사회적 맥락을 깊이 파고든 심층분석서다. 단순한 정책 나열이 아닌 각국의 정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하고 각국의 정책들로 나타난 효과와 영향에 대해서 다각도로 조명했다.”

-저출생 문제는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와 관련해 후보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바람이 있나.

“이번 대선 후보들이 저출생 극복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길 바란다. 인구 위기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재정 지원이나 제도 마련을 넘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국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생 문제는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차기 정부와 함께 인구 위기 극복에 앞장서며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